모터스포츠의 전략과 전술 1편

손자도 울고 갈 레이싱 병법

4번 타자 9명을 스카우트해 야구팀을 만들었다고 상상해보자. 홈런은 많이 터지겠지만 절대로 상대를 이길 수는 없다. 수비가 곤란한 것은 물론이고 도무지 작전을 펼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터스포츠에도 기발한 전략과 전술이 있다. 빠른 차를 가진 팀보다 머리를 잘 쓰는 팀이 알찬 결과를 얻는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도 있듯이 차를 알고 서킷을 아는 팀이 승리를 거머쥔다.

만약 제갈공명이 다시 태어나도 오늘날의 레이싱팀 감독만큼 완벽하게 일을 해내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어설픈 통계로 바람이 바뀌기만 기다리던 과거의 수법은 통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모터스포츠 레이싱팀 감독들은 경주차의 성능, 서킷의 특징, 경기 당일의 날씨, 예선 순위, 드라이버의 운전 스타일 등 복잡한 변수들을 조합해 우승 방정식을 만들어낸다. 이들의 작전을 읽을 수 있는 두 가지 정보가 있다. 바로 타이어의 선택과 피트 스톱(Pit Stop) 타이밍이다.

피트 스톱은 말 그대로 경주차 정비 지역인 피트에 멈추는 것이다. 피트는 레이스가 펼쳐지는 트랙의 출발선과 나란히 만들어지는 정비지역으로, 경주차들이 이곳으로 들어와 연료를 보충하거나 타이어를 바꾸고 다시 트랙으로 돌아간다. 레이스를 펼치던 경주차가 피트로 가려면 별도의 길로 빠져나와야 하는데, 나중에 다시 트랙과 합류되는 이 길을 피트 로드(Pit Road)라고 한다.

F1팀들은 레이스 도중 몇 번 멈춰 설 것인가를 미리 결정한다. 연료를 보충하기 위해 반드시 한두 차례는 피트 스톱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 시기와 횟수를 놓고 치열한 머리싸움이 벌어진다.

F1에서는 예선이 끝나고 나서 결승이 시작될 때까지 연료를 보충하지 못한다. 예선전 다음날 레이스에서 급유할 때까지 연료가 필요한 만큼 남아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F1 드라이버는 대개 매 경기마다 2번이나 3번 피트 스톱을 한다. 결승에서 누가 2스톱이고 누가 3스톱일지 미리 알 수는 없지만 예선전 기록을 보면 대강 짐작할 수 있다. 만약 어느 드라이버가 예상 외로 빨랐다면 연료를 조금만 넣어 무게를 줄였을 가능성이 크다. 예선에서 연료를 많이 넣은 경쟁자보다 기름이 부족하니 다음날 결승에서 첫 번째 피트 스톱이 빠를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일반 승용차 운전자의 시각에서는 납득이 잘 되지 않을 것이다. 휘발유를 조금 덜 넣었다고 해서 경주차가 얼마나 빨라질까. 휘발유 1ℓ의 무게는 0.7kg 정도이고, F1 머신의 연료탱크는 보통 150ℓ 크기다. 연료를 가득 채웠을 때의 무게가 무려 110kg이 되는 셈이다. 연료를 뺀 F1 머신의 무게는 드라이버가 탑승한 채 605kg 이상이다. 110kg의 부담은 전체 무게에서 적잖은 비중인 것이다.

이론상으로는 휘발유 10kg의 무게 때문에 랩 타임(Lap Time: 경기장을 한 바퀴 주파하는 시간)이 0.3초 늦어진다. 실제로는 경기장별로 무게에 따른 시간 손실이 달라진다. 일본 스즈카 서킷에서는 연료를 가득 넣은 머신이 절반만 채운 머신보다 한 랩당 2.4초 느리다. 코너가 몇 개 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무게의 영향을 덜 받는 이탈리아 몬자 서킷에서는 같은 조건에서의 차이가 1.6초다. 당연히 몬자에서는 연료를 많이 실어 피트 스톱을 줄이는 것이 유리하다. 반대로 무게가 랩 타임에 민감하게 영향을 미치는 경기장에서는 연료를 조금씩 자주 넣어주는 것이 좋다.

서킷마다 몇 번을 멈추는 것이 유리한지는 대략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남들과 전혀 다른 전략으로 좋은 결과를 얻기도 한다. 2005년 독일 호켄하임에서 열린 F1 그랑프리에서 매클래런의 후안 파블로 몬토야는 꼴찌로 출발해 2등으로 경기를 마치는 대역전극을 펼쳤다. 몬토야는 당시 연습 주행을 하다가 엔진이 고장나 새로 바꿔야 했다. 2005년도 F1 규정은 2경기당 하나의 엔진만 허용하고 있다. 부득이하게 엔진을 교체했을 때는 결승 레이스 출발 순위가 10계단 내려간다.

출발 순위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몬토야는 아예 연료를 가득 채우는 작전을 선택했다. 경쟁자들이 모두 3스톱 전략을 구사할 때 몬토야만 홀로 2스톱으로 맞섰다. 남들이 기름을 넣을 때 쉬지 않고 트랙을 달리며 추격 거리를 좁혀나갔다. 결과는 2위. 시간이 더 있었다면 우승도 바라볼 수 있었다.

몬토야의 경우와는 반대로 경쟁자를 추월하기 위해 피트 스톱 수를 더 늘리기도 한다. 연료를 자주 넣는 대신 무게를 줄여 스피드를 높이는 작전이다. 이 같은 방법은 피트 출입에 소요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경기장에서 주로 쓰인다. 서킷은 저마다 피트 스톱에 걸리는 로스타임이 다르다. 이탈리아 몬자 서킷은 피트 로드로 지나가면 트랙을 달리는 것보다 19초 손해를 본다. 어느 경기장이나 피트로 들어오는 길에는 최고 시속 80km라는 속도 제한이 걸려 있어서다(모나코 서킷만은 시속 60km 이하로 예외). 그리고 이 19초도 단지 피트 로드를 지나는 시간일 뿐 여기에 급유하는 시간을 더해야 한다. 현재의 F1 규정은 안전을 위해 1초에 넣을 수 있는 연료량을 12ℓ 이하로 제한하고 있어 보통 7초 이상은 소요된다. 말레이시아 세팡(Sepang)과 바레인(Bahrain) 등 비교적 새로 지어진 서킷에서도 피트 로드를 통과하는 데 18초 정도 손해를 본다. 반면 독일의 호켄하임 서킷과 이탈리아의 이몰라(Imola) 서킷은 시간 손실이 13~13.5초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모두 이론상의 시간이다. 실제로 피트를 완전히 빠져나가기까지 손해를 보는 시간은 25~30초 정도다. 어쨌든 호켄하임과 이몰라에서는 피트 스톱을 해도 부담이 덜하지만 몬자에서는 타격이 크다. 그런 면에서 호켄하임에서 거꾸로 피트 스톱을 줄인 몬토야의 전략은 완전히 허를 찌른 것이라 볼 수 있다.

 

참조 : 모터스포츠의 전략과 전술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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