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팀, 단 5초 만에 타이어 4개를 바꾸는 조직력

 

경주차가 늘 트랙 위를 질주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연료를 보충하거나 새 타이어로 갈아 끼우기 위해 정비 지역인 피트(Pit)로 돌아가 잠시 멈춰 서기도 한다. 이 작업을 위해 피트에는 늘 정비공(미캐닉) 20여 명이 대기하고 있다.

이들이 경주차를 다루는 솜씨는 TV 진기명기 코너를 보는 것만큼 신기하다. F1 그랑프리에서 레이싱팀들이 피트로 돌아온 머신의 타이어 4개를 모두 바꾸는 데 걸리는 평균 시간은 5~6초 정도다. 아쉽게도 2005년에는 레이스 도중 타이어 교환을 금지해 이 같은 장면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빠른 손놀림으로 머신을 손보는 레이싱팀 크루(Crew)들의 존재는 여전히 승부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다.

F1 레이싱팀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위해 동원되는 인력은 1개 팀당 600여 명이나 된다. 피트에 보이는 사람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레이싱팀은 모터스포츠의 기본 조직이다. 아무리 뛰어난 천재 카레이서라도 혼자서 차를 만들고 혼자서 레이스를 펼칠 수는 없다. 야구축구처럼 한두 명의 스타 플레이어보다는 팀워크로 승부가 결정나는 것이 바로 모터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F1에 참가하는 팀은 잘 맞물린 톱니바퀴를 연상케 한다. 가장 중요한 경주차 설계에서부터 팀원들의 식사를 제공하는 요리사에 이르기까지 빈틈없는 조직력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디자인, 드로잉, 제조, 마케팅, 광고, 운영, 회계, 이동, 정보기술, 전자, 테스트 등 전문 분야에 담당자들이 따로 정해져 있다. 경기장에서 볼 수 있는 미캐닉과 드라이버, 홍보 요원들은 F1이 이루어지기 위한 여러 톱니바퀴 중 일부일 뿐이다. 물론 이 같은 조직 속에서 단연 돋보이는 존재는 드라이버다. 그러나 실제로 승패를 가르는 열쇠는 차체를 디자인하는 엔지니어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클래런의 디자이너 애드리안 뉴이는 자신이 옮겨간 팀마다 승리를 안겨주어 우승 해결사로 불린다. 이적의 대가로 수백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거물이다. 윌리엄스팀에서 오래 일한 엔지니어 패트릭 헤드(Patrick Head)는 팀의 공동 오너로까지 승진했다.

이들처럼 능력 있는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를 영입하는 것은 레이싱팀의 숙제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F1팀의 구성이 다국적화되는 경향이 있다. 이탈리아팀인 페라리가 그 좋은 예다. 이 팀의 소유주는 피아트의 경영자이기도 한 루카 디 몬테제몰로(Luca di Montezemolo)다. 그는 전형적인 이탈리아인이다. 하지만 팀의 총감독은 프랑스인 장 토드(Jean Todt)다. 기술책임자는 영국인 로스 브라운(Ross Brawn), 그리고 차를 모는 드라이버 미하엘 슈마허는 독일인이다. 핵심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국가 출신이지만 팀의 국적은 분명 이탈리아다.

1950년부터 오늘날까지 유일하게 한 경기도 빠지지 않고 F1에 참가한 페라리는 가장 이상적인 팀 구성을 보여준다. 창업주인 엔초 페라리는 당초 알파 로메오의 레이싱 담당이었다가 독립해 스쿠데리아 페라리라는 팀을 만들게 된다. 그는 남의 차가 아닌 자신의 차로, 자신의 자금과 조직으로 레이싱에 참가하기 위해 차를 만들어 팔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도로 위의 제왕이라 불리는, 슈퍼카의 최고봉 페라리의 신화로 이어졌다.

페라리가 당초 차를 만들어 일반인에게 판매한 것은 레이싱 활동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오늘날까지 그 정신이 남아 있다. ‘바로 레이스가 없으면 페라리도 없다’는 철학이다.

최근에는 페라리처럼 엔진과 차를 모두 만드는 100% 팩토리팀이 늘어나고 있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르노와 토요타, 그리고 2006년부터 새 팀을 구성하는 BMW가 그렇다.

그러나 모든 팀이 엔진까지 만들지는 않는다. F1에서 팀을 부르는 공식적인 명칭은 컨스트럭터(Constructor)로 차체를 만드는 조직을 의미하는 말이다.

페라리, 르노, 토요타 등이 메이커팀이라면 매클래런이나 윌리엄스는 말 그대로 컨스트럭터다. 독립팀들은 경주차를 만들지만 엔진은 외부에서 들여온다.

윌리엄스는 2005년까지 BMW와 일을 하다가 2006년부터 엔진 전문 회사인 코스워스의 엔진을 쓰기로 했다. 매클래런은 팀 지분의 40%를 가지고 있는 다국적 기업인 다임러 크라이슬러(daimler chrysler)의 산하 브랜드인 메르세데스 벤츠(Mercedes Benz)의 엔진을 얹는다.

이들은 경주차 제작과 경기 운영 노하우를 앞세워 엔진회사와 손을 잡고 드라이버를 고용한다. 그리고 스폰서를 끌어들여 자금을 확충한다. 사실 이들 독립팀은 F1에서 자동차 회사가 직접 만든 팀보다 훨씬 뿌리 깊은 자생력이 있다.

아무리 자동차 메이커가 차를 많이 만들어 팔고 우수한 기술을 지녔다 해도 레이싱에서의 승리는 장담하지 못한다. 독립팀에게는 2주 간격으로 차를 바꾸는 초스피드 개발 능력,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해결하는 탄력, 전 세계 수많은 경기장의 아스팔트 얼룩까지 기억할 정도의 경험 등 몸집 큰 대기업 조직이 따라가지 못할 노하우가 있다. 이 때문에 메르세데스 벤츠나 혼다 같은 큰 기업도 레이싱팀 지분을 인수하는 등 간접적인 방법을 선택한다.

독립팀의 또 다른 강점은 창업주의 레이싱 철학이 조직에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다. 윌리엄스팀의 오너 프랭크 윌리엄스나 자우버팀의 피터 자우버(Peter Sauber), 조단팀의 에디 조단(Eddie Jordan) 등은 모두 카레이서 출신이다. 이들 모두 현역 시절에는 뛰어난 실력으로 평가받지는 않았지만, 운전석에서 못다 이룬 꿈을 팀 오너로서 실현시키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매클래런팀의 오너인 론 데니스(Ron Dennis) 역시 경주차 미캐닉 출신이다.

 


미캐닉과 정비사를 구분하자

레이싱팀에서 경주차를 직접 조립하고, 경기 중에 타이어를 바꾸거나 연료를 주입하는 요원들이 있다. 이들을 미캐닉(Mechanic)이라고 한다. 컴퓨터와 씨름하는 엔지니어나 디자이너와 달리 실제로 차에 붙어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다.

미캐닉이라는 영어를 직역하면 자동차 정비사나 수리공 정도의 의미가 된다. 실제로 국내 미캐닉의 대부분이 정비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차를 수리하는 일과 경주차를 세팅하는 일은 매우 다르다. 특히 한국의 레이싱팀들은 따로 엔지니어를 두고 있지 않아 미캐닉이 이 영역의 일부까지 담당해야 한다.

따라서 미캐닉이라는 외국어를 굳이 한국어로 옮기면 직업의 본질을 왜곡하게 된다. 경주차 전문가들은 꼭 미캐닉이라고 부르자.


 

지금까지 설명한 F1팀 조직의 여러 형태는 다른 종목 레이싱팀들을 이해하는 척도가 된다. 어떠한 레이싱팀이라도 경기 운영 능력, 경주차 세팅 능력을 갖춘 뒤 드라이버를 고용해 트랙에서 경주한다는 기본 구조는 똑같다.

고작 10년 정도의 역사를 갖고 있는 한국의 레이싱팀을 F1 조직과 비교할 수는 없다. 프로화가 진행 중인 한국의 레이싱팀은 대부분 아직 동호인 클럽에서 약간 발전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예를 들어 BAT GT 챔피언십에 참가하는 성우 인디고는 자동차 부품 기업인 성우에서 만든 팀이다. 킥스 렉서스팀 역시 한국토요타자동차가 직접 운영하는 메이커팀이다. 비슷한 예로 MP3 플레이어로 유명한 레인콤 산하의 아이리버 레이싱팀이나 KT dom 레이싱팀 등은 실업팀처럼 특정 기업의 지원으로 운영된다. 반면 나머지 대부분 팀들은 동호인 클럽이 세미프로 레이싱팀의 형태로 발전된 경우다.

한국의 모터스포츠가 발전하려면 현대나 기아, GM대우, 르노삼성 등 자동차 회사들이 직접 참여하는 100% 메이커팀이 등장해 서킷에서 승부를 벌이는 구도가 되어야 하지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우선 국내 레이싱 대회에서의 성과가 아직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 현대, 기아를 제외한 메이커는 경주차로 개량하기 적당한 차종을 만들지도 않는다.

 


레이싱카에도 국가를 대표하는 색이 있다

F1 머신을 비롯한 오늘날의 레이싱카들은 후원 기업의 상표로 도배되다시피 한다. 하지만 196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경주차에는 국가를 대표하는 고유의 색이 있었다. 국가의 명예를 걸고 자동차 경주를 벌이던 때였다.

자동차 제조자나 드라이버는 레이싱카에 대한 애착은 물론 애국심을 가지고 경주에 참가했다. 그 애국심의 표현은 국가를 대표하는 색을 경주차에 칠하는 것이었다. 이 색을 내셔널 컬러라고 한다.

내셔널 컬러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00년 6월 14일 파리-리옹 570km 구간의 고든 베넷 컵(Gordon Bennett Cup)부터다. 미국 신문사 <뉴욕 헤럴드>의 오너인 제임스 고든 베넷(James Gordon Bennett)의 후원으로 열린 이 대회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경주차의 무게 제한 규정을 두었는데, 후일 F1의 모태가 되었다. 이 대회의 또 한 가지 특징은 월드컵 축구처럼 팀이 아니라 참가국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이다. 한 나라에서 3대 이상 출전할 수 없도록 하거나 다음 경기를 우승 국가에서 치르기로 한다는 규정 등에서 그렇다(이 대회는 1905년까지 6번 열렸다).

첫 대회 참가팀들은 관중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국가를 대표하는 색으로 경주차를 칠했다. 이탈리아는 붉은색, 프랑스는 파란색, 영국은 녹색, 독일은 흰색, 벨기에는 노란색을 배정받았다.

이때 정한 것이 거의 그대로 1950년대까지 국가를 대표하는 색이 되었다. 다만 독일의 경우는 1930년대에 와서 메르세데스 벤츠와 아우디 경주차가 흰색 대신 은색을 칠하면서 ‘저먼 실버(German Silver)’가 대표색이 되었다. 여기에는 재미있는 사연이 있다. 1934년 히틀러의 지원을 받아 경주차 제조 작업에 들어간 벤츠는 직렬 8기통 터보 엔진을 얹은 최강의 머신 ‘W25’를 내놓았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당시 포뮬러 경주차 규정은 무게 한도가 750kg 이하였다. 완성된 W25는 이 규정보다 2kg 더 무거웠다. 이때 벤츠 관계자 중 누군가 페인트 칠을 벗겨내면 무게가 줄지 않겠냐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예상은 적중해 페인트를 없앤 것만으로 규정에 맞출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차체의 색깔은 은색이 되었다. 카레이싱 팬들은 각국의 경기장에서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빨리 달린 W25와 역시 은색 경주차를 쓰고 있던 아우디의 전신 아우토 유니온(Auto Union) 등 독일차들을 ‘실버 애로(Silver Arrow)’, 즉 은색 화살이라는 별명으로 불렀다.

실버 애로는 한동안 사라졌다가 1996년에 부활했다. 매클래런팀이 새로운 스폰서인 웨스트 담배회사의 색상으로 경주차의 색깔을 바꾸면서부터다. 사람들은 벤츠 엔진을 쓰는 매클래런이(사실 영국팀이지만) 은색을 선택하자 실버 애로의 부활이라고 떠들어댔다.

오늘날 F1에서 내셔널 컬러의 흔적을 저먼 실버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페라리는 창사 이래 한 해도 빼놓지 않고 ‘이탈리안 레드’를 경주차에 칠하고 있고, 프랑스팀 르노도 ‘프렌치 블루’에 가까운 색을 선택하고 있다. 2004 브리티시 그린’이었다.

년 이후 레드불에 매각된 영국의 재규어팀 색깔 역시 ‘이 밖에 미국은 하얀 바탕에 파란 줄을 친 ‘아메리칸 스트라이프’가 국가의 대표색이다.

1960년대부터 F1에 참가한 일본은 아이보리(상아색)가 국가색이다. 1980년대 후반에 와서야 초보적인 자동차 경주가 도입된 한국은 아직 국제 무대에 내세울만한 색상이 없다.


 

참조 : 꿈의 경기장 서킷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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