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경기장 서킷 이야기 2편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자동차 경주장은 어떤 모습일까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 1994년 용인 에버랜드 대지에 만들어진 국내 최초의 서킷이다. 1995년부터 공식 경기를 유치하기 시작해 2005년 10주년을 맞았다.

이 경기장이 만들어지면서 한국의 모티스포츠가 빠르게 발전했다. 지금도 국내 카레이싱팀의 대부분이 이 경기장 인근에 모여 있어 한국카레이싱의 중심지 역할을 한다.

용인 스피드웨이는 총 길이 2.125km로 국제 기준의 대형 터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본래 설계에서는 2차 공사를 통해 4km 이상의 길이로 확장할 계획이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이 서킷에 방화 시설을 갖춘 피트 건물이 없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 하지만 메인 스트리트(주 직선로 구간) 근처에 마련된 관중석에서 트랙의 70% 이상을 지켜볼 수 있어 관전 조건은 아주 좋은 편이다. 코스의 안전도와 트랙 관리도 수준급으로 유지되고 있다.

스피드웨이는 엔진 출력보다 코너링이 중시되는 경기장이다. 가장 긴 직선 구간이 600m에 불과한 반면 까다로운 코너 10개를 통과해야 한다. 고성능 포뮬러 경주차는 이 트랙에서 제 능력을 다 발휘하지 못하지만, 국내 수준의 투어링카 레이스를 펼치기에는 이상적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레저 단지인 에버랜드 내부에 위치해 있다는 점, 서울에서 50km 이내의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점 등도 차별화된 강점이다. 어떤 경우에는 코스 중 일부를 막아 길이 1.8km의 쇼트 코스(Shortcourse)로 운영되기도 한다. 일반인들이 서킷에서 직접 운전할 수 있는 서비스도 마련되어 있다.

태백 준용 서킷 | 지난 2003년 지어진 태백 준용 서킷은 한국 모터 스포츠의 태동지인 강원도에 위치해 있다. 카지노인 강원랜드와 더불어 태백시의 대대적인 도시 개발 계획의 상징이 되고 있는 경기장이다. 현재 트랙의 총 길이는 2.5km이지만 앞으로 2km 가까이 늘려 최대 4.2km의 국제 수준 서킷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첨단 피트 시설과 4,000여 석의 공연장식 관람석에, 폐광 지역에 세워진 경기장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주변 경관도 뛰어나다. 특히 주변의 산들이 트랙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어 경주차의 웅장한 배기음이 더욱 크게 들리는 곳이다.

방향을 바꾸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직선 구간이 900m에 달하고, 시속 200km 이상으로 달릴 수 있는 고속 코너도 있어 드라이버들의 기량을 키우기에도 더없이 좋다.

해발 700m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경주차의 엔진 성능이 고도의 영향을 받는 것이 특징이다. 고도가 높아지면 대기 중 산소의 밀도가 떨어져 엔진의 연소 작용에는 부정적인 면이 있다. 그만큼 참가자들에게는 새로운 도전 정신이 필요한 서킷이다.

아시아 지역 유명 자동차 경주인 AFOS(Asian Festival of Speed) 등 국제 수준의 대회를 유치하고 있으며, 주로 모터사이클 대회가 열린다.

안산 챔프카 경기장 | 챔프카 월드 시리즈 유치를 위해 2005년에 지어진 서킷이다. 서울에서 가까울 뿐 아니라 서해안 고속도로, 경부 고속도로 영동선, 인천공항 고속도로, 고속철도 광명역 등과 연결되어 있어 대규모 관중이 모이는 국제 행사에 적합하다.

이 경기장이 위치한 안산시 상록구 일대는 시화호 등 관광자원과 반월·시화공단 등 기술 집적 단지를 보유하고 있어 첨단 스포츠인 카레이싱에 더할 나위 없는 환경이다.

트랙의 폭은 13~18m, 총길이는 2.891km이다. 가장 긴 직선 구간은 450~500m이고, 앞으로 국내 최대 규모인 2만여석의 관중석이 지어진다.

또한 국내 서킷 가운데 유일하게 시계 반대 방향으로 달리도록 설계되어 있다.

세계 최고속 레이스인 챔프카의 무대이지만, 엔진 출력보다는 코너링 성능이 승패에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되어 있어 선두권과 중하위권의 간격이 크지 않은 예측불허의 경주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2006년부터는 챔프카뿐 아니라 국내외 다양한 모터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할 예정이어서 해양관광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는 안산의 명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케인과 코너의 차이

자동차 경주에 관련된 방송이나 기사에서 가곰 시케인(Chicane)이라는 용어가 등장할 수 있다. 시케인은 레이싱 트랙에 S자 코스로 만들어진 감속 구간을 말한다. 경주차의 방향을 조금씩 바꾸도록 해 자연스럽게 속도가 줄어드는 효과를 얻는다.

그렇다면 코너와 시케인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코너 역시 S자로 휘어지는 경우가 있고 속도도 줄어든다.

시케인은 긴 직선 구간 중간에 안전을 위해 의도적으로 설치하는 ‘장애물’을 말한다. 본래는 직선으로 쭉 뻗어 있는 코스인데 나중에 감속 효과를 위해 작은 코너를 추가했다면, 바로 이 작은 코너가 시케인이 된다. 시케인은 다시 철거할 수도 있다.

반면 코너는 트랙의 형태를 결정하는 기본 설계의 일부다. 선회 폭이나 각도 등이 경기장의 레이아웃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곡선 구간이다. 즉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자연스럽게 방향을 전환하는 구간은 코너, 단지 속도를 줄일 목적으로 설치된 장애물 구간은 시케인으로 보면 된다.


 


왜 F1 그랑프리는 오벌 트랙에서 열리지 않을까?

저마다의 특징을 지닌 세계 19개 경기장을 순회하는 F1 그랑프리. 그런데 의아하게도 오벌 서킷에서는 경기를 치르지 않는다. 물론 최초로 만들어진 상징적 오벌 서킷인 인디애나폴리스 모터스피드웨이에서는 F1 US 그랑프리가 열리지만, 일부 구간을 코너로 이용할 뿐 대부분의 코스는 따로 만든 로드 트랙이다.

F1의 고위층 가운데 계란을 유난히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 타원형의 오벌 트랙만봐도 넌더리를 치는 것일까, 아니면 미국식 트랙을 무시하는 것이 유럽의 자존심을 지키는 길이라고 모두들 믿고 있어서일까.

과거 F1이 오벌을 멀리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현재의 조건에서라면 이 타원형 경기장을 기피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바로 안전 때문이다.

F1 머신은 오벌 서킷에서 경기를 치르는 미국 레이싱카들에 비해 출력이 높다. 또 로드 트랙에 맞춰 설계되었기 때문에 오벌 트랙에서는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실제로 오벌 서킷에는 경주차가 원심력을 받는 방향인 트랙 바깥쪽으로 콘크리트 벽만이 설치되어 있을 뿐이다. 로드 코스처럼 모래로 된 안전지대나 타이어 방호벽 등은 설치되어 있지 않다. 만약 F1 머신이 오벌 트랙에서 중심을 잃는다면 적잖은 희생이 뒤따를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뻔한 사고도 있었다. 2005년 F1 US 그랑프리 연습 주행에서 토요타팀의 랄프 슈마허가 일부 오벌 구간을 지나가다가 타이어가 벗겨지는 사고를 당했다. 오벌 구간의 횡압력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타이어를 공급하는 미쉐린은 곧장 이 구간이 위험해 자사 타이어로는 더 이상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그 때문에 F1에 참가한 전체 10개 팀 가운데 미쉐린 타이어를 쓰는 7개 팀이 경기를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본선 레이스에는 브리지스톤(Bridgestone) 타이어를 사용하는 3개 팀의 경주차 6대만나와 맥 빠진 경기가 되고 말았다. 비싼 돈을 내고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격분했고, 결국 미쉐린이 입장료 환불 조치 등의 부담을 떠안으며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미국 팬들의 분노가 언제쯤 가라앉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F1이 오벌 트랙을 선택하는 모험은 당분간 시도되지 않을 것 같다. 일부에서는 이를 F1 그랑프리 역사상 최악의 경기였다고 말하고 있다.


 

참조 :  꿈의 경기장 서킷 이야기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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